임금체불퇴직후, 노동부 진정에서 중요한 것

(포스팅 2022.11.30)

 

- 목차
체불임금의 노동부 진정하기 전 준비사항
임금체불 노동부 진정넣기
임금체불 진정후 노동청에 출두하기
진정을 넣었지만 임금체불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임금체불 진정시, 고용주의 처벌을 요구해야 하는 이유
임금체불 진정 후

 

---

 체불임금의 노동부 진정하기 전 준비사항 

 

퇴직 후 며칠동안은, 이직확인서 / 국민연금 / 건강보험 / 실업급여 등 여러가지 문제를 정리하느라 정신없습니다. 10일정도 정신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이제 다음의 고민을 시작하게 됩니다.

 

체불된 임금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회사와 사장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낼 것인가.

 

노동법에 정한 바에 따르면, 회사는 퇴직 후 14일 내에 퇴직금 지급 및 정산을 완료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임금체불에 퇴직금을 포함시키려면 퇴직일 후 14일까진 기다려야 합니다. 그때까지 마음을 정리하시며 못받은 임금을 받을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가장 기본적인 서류가 준비되었는지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 퇴직확인서
• 근로계약서
• 임금체불확인서류 (임금체불확인서 / 임금통장사본 등등)

 

---

 임금체불 노동부 진정넣기 

 

퇴직한 본인 입장에선 임금체불이 확실하지만, 그것으로 소송을 걸거나 고발을 할 수는 없습니다. 임금체불은 아직까진 고용자와 근로자와의 사적인 문제입니다. 정부로부터 '임금체불사실'과 '임금체불액'을 인정받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 첫 단추는 '노동부 진정넣기'입니다.

 

임금체불건으로 노동부에 진정을 넣으면, 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이 노동자와 고용주를 모두 불러서 각각의 입장을 들어보고 임금체불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노동자분 입장에선 월급이 밀렸으니 임금체불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생각처럼 간단하게 임금체불로 판정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억울함을 해결하는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라, 근로자와 고용주사이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경찰에 가깝습니다. 노동자분은  임금체불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임금체불 진정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노동청에 인터넷으로 접수가 가능합니다. 방문 접수를 하지 않아도 어차피 한번은 방문해야 하므로, 신청은 인터넷으로 해도 됩니다. 인터넷으로 노동부 진정 넣는 방법은 이 포스팅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나중에 추가로 포스팅하곘습니다. (주요 검색어 :  '노동청 임금체불 진정') 저는 적극적으로 제 입장을 알리고 싶어서 일부러 방문을 했습니다만, 분위기도 조용한데다가 인터넷으로 접수해도 충분하다고 해서, 다시 집으로 와서 인터넷으로 진정을 넣었습니다.

 

임금체불 진정넣기의 모든 것은 '임금체불 증거' 모으기에 달려 있습니다. 해당 내용은 다음 포스팅을 참고 바랍니다.

https://mycatdid0.tistory.com/242

 

---

 임금체불 진정후 노동청에 출두하기 

 

임금체불 진정을 넣으면, 아래와 같이 진행상황을 문자로 알려줍니다.

 

그리고 보통 2주 내에 출두 요청이 날아옵니다.

 

문자를 보낸 전화번호로 해당 근로감독관과 통화를 할 수 있습니다. 증거자료에 부족함이 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방문했을때 증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자료를 보충해서 다시 제출해야 합니다. 보통 고용주도 동일한 시간에 출석합니다. 고용주 얼굴을 보기 싫으시면(...) 고용주와 다른 시간에 방문해도 되는지 물어보세요.

 

저는 해당 시간에 맞추어 노동청에 방문했습니다. 사장님을 고발했는데 얼굴을 어찌 보나 걱정했습니다만, 사장은 자기 대신으로 총무 과장을 보냈습니다. (고용주가 근로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어쩔 줄 몰라하시는 과장님을 모시고 근로감독관을 만났습니다.

 

이때 고용주는 자신이 체불한 임금의 액수를 가져옵니다. 임금체불을 인정하고 체불액수를 근로감독관에게 제출하면, 근로감독관이 노동자에게 보여주면서 사실확인을 합니다. 근로자가 이에 동의하면 임금체불은 확정됩니다. 임금체불확인서를 작성하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어떤 방법으로 받을지 (우편/이메일) 물어봅니다. 마지막으로 고용주의 처벌을 원하는지 물어봅니다.

 

---

 진정을 넣었지만 임금체불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노동자가 월급통장내역서 등으로 증거를 제시하면, 고용주는 입금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임금체불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노동자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분들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날그날 수당을 받거나, 임금을 입금하는 곳이 일정치 않습니다. 이 공사장 저 공사장 계속 바꾸어가며 일하다 보면, 누가 진짜 고용주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통장내역서가 임금체불의 증거로 사용되기 어렵습니다.

 

근로자로서 일했지만 실제로는 개인사업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험설계사, 방문교사, 택배기사가 있습니다.

 

고용주가 출석요구 연락를 아예 받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 자체를 더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경우, 고용주는 그냥 연락을 안받고 수개월을 잠적하기도 합니다. 임금체불도 형사사건처럼 피의자가 인정해야 성립됩니다. 

 

---

 임금체불 진정시, 고용주의 처벌을 요구해야 하는 이유 

 

돈이 죄지 사람이 죄냐.
그 돈은 누가 시켜서 움직였습니까?

 

지금 설명드리는 것은 임금체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절대로 간과하지 마시고 신중하게 행동하세요.

 

임금체불은 기본적으로 돈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의 법은 돈 문제에 대해서, 높은 이자를 붙이고 압류 집행을 하고 신용불량자 등록을 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채무자를 구속할 수는 없습니다. 채무자에게서 돈을 받는 것은 민사로만 가능합니다. 가장 쉽다는 전자소송조차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자소송을 거쳐 압류까지 가는데 아무리 빨라도 2개월이 걸리며,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대항(항소)할 경우 언제 끝날지 감도 잡을 수 없습니다. 잘못은 누가 했는데, 재판을 걸고 압류를 하느라 힘들고 지치고 직장생활에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임금체불에서 단 한번,
고용주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

 

이런 임금체불에서 노동자가 고용주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순간이 딱 한번 있습니다. 노동법 위반에 의한 형사처벌입니다. 임금체불은 노동자의 생계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법으로 형사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임금체불은 반의사불벌죄라서 합의서 또는 처벌불원서를 내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또는 공소기각 처리됩니다. 형사고소 자체가 없는 것으로 됩니다.

 

관점을 달리하면, 근로자는 임금체불 건으로 고용주의 처벌을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고용주는 근로자가 합의서를 써주지 않으면 임금체불로 형사재판을 받고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벌금형만 받아도 전과기록이 남아서,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비자 발급이나 공무원 취업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용주는 어떻게든 형사처벌을 피하려고 하고,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근로자에게 합의서를 받으려 합니다. 즉, 국가가 노동법을 통하여 고용주에게 노동자와 적극적으로 합의하도록, 노동자가 체불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노동청에 방문하여 임금체불이 확인되면, 근로감독관이 아무 설명 없이 그냥 물어봅니다. 

 

감독관 : 사업주의 처벌을 원하세요?
노동자 : 그게 어떤 차이가 있나요?
감독관 : 돈 받는거와는 아무 관계 없습니다. 사업주를 처벌할지만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때 고용주는 근로자 옆에 앉아있습니다. 아니, 사람을 옆에두고 처벌해달라고 말하는게 쉬울까요? 그렇더라도 꼭 처벌해달라고 말해야 합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고용주를 처벌할 기회는 영영 잃어버리게 됩니다. 처벌받지 않는 고용주는 밀린 임금은 제쳐두고 다른 급한 돈부터 처리할 것입니다. 노동자는 고용주의 양심만 믿고 기다리거나, 길고 복잡한 민사절차를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노동청에 방문했을시, 사장은 총무과장을 대신 보냈습니다. 제 밀린임금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그 분이 옆에 있었다면, 처벌해달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을 겁니다.

 

노동자의 처벌의사를 물어보는 것으로 노동청 방문은 종료됩니다. 이후에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확인서를 써서 보내 줍니다. 사업주를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면, 근로감독관은 고용주와 다시 만나서 진술서를 만들고 검찰로 사건을 송치합니다. 법원에서 60일 내에 판결을 내립니다. 임금체불사실이 이미 확인된 건이므로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유죄 확정입니다.

 

---

 임금체불 진정 후 

 

고용주의 처벌을 요구했다면, 검찰로 넘어가고 판결이 나오기까지 2달이 좀 넘게 걸립니다. 형사사건의 과정/결과는 기본적으로 비공개입니다. 임금체불확인서를 받고 한달쯤 후에 근로감독관에게 송치번호를 알아낼 수 있고, 검찰에 전화하여 사건번호를 알 수 있습니다. 사건번호를 가지고 담당검사 사무실에 연락해볼 수 있습니다.

 

임금체불확인서를 받았으므로, 급한 돈문제부터 해결합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인터넷으로 대지급급 신청이 가능합니다.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를 위한 '임금체불생계비 융자제도'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별도로 포스팅하겠습니다.

 

고용주는 지금까지 임금을 체불하였으므로, 갑작스럽게 임금을 지불할 리는 없습니다. 민사도 준비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별도로 포스팅하겠습니다.

 

---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필요하신 부분은 댓글 주세요.

 

언제나 감사드립니다.